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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자기혐오의 심연

by 실리뽀 2025. 5. 2.

『인간 실격』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자기혐오의 심연에서 삶을 바라보다

1. 책 소개

『인간 실격』(다자이 오사무 著)은 일본 문학의 대표적인 자전적 소설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에 대한 부끄러움과 불안, 허무를 극단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著)는 현대인의 불안, 우울, 자존감 문제를 정신과 상담 대화 형식으로 담은 심리 에세이입니다.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시대와 방식으로 표현되었지만, 삶의 고통 앞에서 인간이 어떤 식으로 자신과 대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2. 줄거리 요약

『인간 실격』

주인공 '요조'는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해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어릴 적부터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지 못하고, 가짜 웃음과 연기로 자신을 포장합니다. 그러나 삶이 진행될수록 그는 점점 더 내면이 붕괴되며, 결국 인간으로서 ‘실격’됐다는 선언에 이릅니다. 중독, 타락, 자살 시도까지 반복되는 그의 삶은, 인간 존재의 무의미함과 외로움을 절규하듯 드러냅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저자 백세희는 자신의 자가진단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정신과 상담을 통해 이야기합니다. 책은 실제 상담 녹취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자가 느끼는 감정, 자존감의 흔들림, 타인의 시선, 강박적 사고 등이 현실적으로 묘사됩니다. 이 책은 “죽고 싶다”는 감정이 단순한 극단이 아니라, 살아가고 싶은 욕망의 반대편이라는 점을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3. 자기혐오의 방식: 해체 vs 고백

『인간 실격』은 자신을 해체하고 파괴해 버리는 방식으로 자기혐오를 표현합니다. 요조는 “나는 이미 인간으로서 자격을 잃었다”라고 말하며,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완전히 부정합니다. 그의 삶은 절망의 연속이며, 독자는 그 절망을 통해 극단적인 고독을 마주하게 됩니다. 반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자기를 부정하면서도, 계속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이야기’하고, ‘기록’하면서 조금씩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이는 파괴가 아닌 회복의 과정으로, 공감과 위로를 중심에 둔 자기혐오의 해석입니다.

4. 인상 깊은 문장과 해석

『인간 실격』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요조가 남긴 이 문장은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의 담담한 고백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어쩌면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적인 감정, 즉 스스로를 부끄러워할 수 있는 감수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사는 게 버겁다고 느껴질 때, 나는 떡볶이를 먹고 싶었다.”

극단적인 감정 속에서도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점을 일상적인 음식으로 표현한 문장입니다. 죽음과 떡볶이라는 이질적인 단어의 병치는,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중첩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5. 존재를 향한 두 개의 태도

『인간 실격』은 존재를 ‘부끄러움’과 ‘실격’으로 마무리하며, 인간이 끝내 구원받지 못한다는 철저한 허무주의를 보여줍니다. 이 소설은 독자에게 위로보다는 철저한 ‘공감의 고통’을 요구합니다. 반대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존재를 ‘받아들이고 싶은’ 열망으로 설명합니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조명하며, 그 감정이 얼마나 보편적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공감과 회복의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6.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요조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SNS 속 가면, 타인의 시선에 예민한 자아, 스스로에게 엄격한 기준을 부여하고 있는 사람들. 『인간 실격』은 우리가 그 깊은 절망 속에 빠졌을 때 무너지지 않기 위해 '타인의 고통'을 문학으로 경험하게 합니다. 반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현실 속 감정과 우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줍니다. 죽고 싶지만 동시에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그 감정은, 끝내 우리는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7. 추천 대상

다음과 같은 독자에게 이 두 책을 추천합니다:

  • 자기혐오와 우울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적이 있는 사람
  • 현대인의 감정 구조에 대해 문학적이거나 심리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독자
  • 무너짐과 회복, 둘 모두를 경험한 이들

『인간 실격』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서로 다른 시대와 방식으로 우리 내면의 상처를 꺼내어 보여줍니다. 그 상처의 깊이를 이해하는 것, 그 자체가 때로는 살아가는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