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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왕 되기 프로젝트

김정운 『창조적 시선』 : 새로운 시선이 열린다

by 실리뽀 2025. 10. 21.

김정운 『창조적 시선』 리뷰 – 창의력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보는 법을 바꾸는 연습이다

1. 나는 왜 이렇게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질까

회의 시간마다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생각하지?” 부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나에게는 그런 발상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것 같아 슬쩍 위축되기도 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음악·디자인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다면, “나는 원래 창의적인 사람이 아니야”라는 낙인을 스스로에게 찍었을 수도 있죠.

김정운의 인문서 『창조적 시선』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책을 읽고 나면 “창의력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익숙한 것을 다르게 바라보는 훈련에 가깝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예술가나 디자이너보다, 오히려 “나는 평범해서 창의력과 거리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더 꼭 맞는 책일지도 모릅니다.

2. 창조는 영감이 아니라 ‘편집’이라는 관점

『창조적 시선』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창조를 “무에서 유를 만드는 신비한 능력”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김정운은 창조를 기존에 있던 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엮어내고, 전혀 다른 틀에서 다시 조합하는 편집의 행위로 설명합니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아이디어들을 다른 각도로 배열하고, 낯설게 바라보고, 끊임없이 고쳐 보는 과정 자체가 창조라는 것이죠.

이 관점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영감이 번개처럼 떨어지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내가 매일 보고 듣는 것들, 읽는 책과 영상, 지나치던 풍경들 속에서 “이걸 이렇게 바꿔 보면 어떨까?”를 떠올리는 연습을 하면 됩니다. 즉,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보다, 어떻게 다르게 연결하고 바라볼 수 있느냐입니다.

3. 바우하우스 – 창조를 가르치려 했던 학교의 이야기

이 책에서 바우하우스는 단순히 예쁜 디자인을 만든 예술학교가 아니라, “창조적 사고를 훈련하는 실험실”로 등장합니다. 김정운은 바우하우스가 생겨난 시대적 배경과 함께, 이 학교가 예술·공예·건축을 통합하며 어떤 새로운 사고방식을 제안했는지 차근차근 짚어냅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우하우스가 기술이나 스킬만 가르친 곳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재료를 만지고, 공간을 체험하고, 형태를 분석하며, “왜 이런 구조가 필요한가?”, “사람이 이 공간을 어떻게 느끼는가?”를 끝없이 질문하던 곳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모양을 잘 만드는 법이 아니라, 세상을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배우게 됩니다.

『창조적 시선』에는 다양한 시각 자료와 함께 이런 바우하우스의 실험들이 소개되어 있어, 책을 읽는 경험이 마치 작은 전시를 관람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디자인 원칙들이 이렇게 탄생했구나”라는 깨달음도 따라옵니다.

4. 책을 읽고 나서 달라진 ‘일상 보는 법’

이 책을 읽은 뒤, 저는 출근길을 조금 다르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지나던 건물 외벽의 패턴, 카페 의자의 형태, 회사 로고에 쓰인 글꼴과 색 조합이 새삼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예쁘다, 별로다” 정도로만 느꼈다면, 이제는 “왜 이런 형태를 선택했을까?”, “이 공간에서 사람은 어떤 기분이 들까?”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된 거죠.

업무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문서를 만들 때도 “내용만 있으면 되지”라고 생각하던 예전과 달리, 정보의 흐름과 배치, 제목과 부제의 구조, 보는 사람의 시선이 어디에 먼저 꽂힐지를 조금 더 신경 쓰게 됩니다. 거창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어떻게 편집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태도가 생긴 것입니다.

이처럼 『창조적 시선』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나도 창조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익숙한 장면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려는 작은 시도 자체가 이미 창조의 시작이라는 확신입니다.

5. 실패와 반복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

김정운은 창조를 이야기하면서 “실패”를 빼놓지 않습니다. 우리는 흔히 실패를 창조의 반대말처럼 느끼지만, 이 책은 오히려 실패야말로 창조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수많은 시도와 수정,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는 반복 속에서 비로소 ‘나만의 편집 방식’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이 관점을 일에 적용해 보면,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보고서, 반응이 미지근했던 콘텐츠, 생각만큼 참여가 없었던 프로젝트들도 더 이상 “망한 시도”가 아니라 “다음 편집을 위한 재료”가 됩니다. 중요한 것은 한 번에 완벽한 것을 만들겠다는 집착이 아니라, 계속해서 조금씩 방향을 바꾸고, 포인트를 조정해 보는 유연한 태도입니다.

6. 『창조적 시선』이 필요한 사람들

이 책은 예술가나 디자이너를 위한 전문서라기보다, “지금 하는 일을 조금 더 창의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인문 교양서에 가깝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잘 맞습니다.

  • 기획·마케팅·교육·콘텐츠 등 아이디어가 자주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
  • 창의력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지 막막한 직장인과 학생
  • 바우하우스나 디자인, 예술사에 관심이 있지만, 너무 학술적인 책은 부담스러운 독자
  • 일상에서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다르게 보고 싶은 모든 사람

다만 분량이 상당히 두껍고, 인문학적 참고 사례가 많기 때문에 한 번에 읽어 치우는 책이라기보다는 차분히 조금씩, 흥미가 가는 장부터 골라 읽어도 괜찮은 책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7. 마무리 –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용기

『창조적 시선』을 덮고 나면, “창조적인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달라집니다. 그들은 우리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천재가 아니라, 같은 것에서 다른 것을 보고, 비슷한 상황에서도 한 번 더 물어보는 사람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조란 거창한 결과물이 아니라,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려는 작은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일상에서 하나만 골라 “이건 왜 이렇게 생겼을까?”, “다르게 해 보면 어떨까?”를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면, 이미 우리는 김정운이 말하는 ‘창조적 시선’을 연습하고 있는 셈일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런 연습을 돕는 두꺼운 안내서입니다. 그리고 천천히 따라 읽다 보면, 언젠가 당신의 일상에도 조용히 창조의 빛이 스며들어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