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어른들을 위한 책들 – 무너졌던 날 나를 지켜준 문장들
어른이 되면 감정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흔들려도 아무렇지 않은 척, 아파도 멀쩡한 척, 그렇게 살아가야만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렇게 버티는 날들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점점 고장 나기 시작했다. 아무 일 없는 하루가 벅차고, 말 한마디에 주저앉고 싶은 순간들이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책을 폈다. 누군가 내 감정을 먼저 꺼내준 문장, 내 아픔과 닮은 이야기를 마주할 때, 비로소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를 느꼈다. 여기, 무너졌던 날 나를 지켜준 세 권의 책을 소개한다.
1.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 정여울
정여울 작가는 말한다. “상처는 나쁜 것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경험입니다.” 이 책은 고통을 무시하거나 극복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 감정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껴안으라고 말해준다.
우리는 상처를 숨기며 산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 상처까지 나라는 사람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게 됐다. 매 페이지마다 다정하고 조용한 위로가 스며 있다. 때로는 말보다 조용한 문장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걸 깨닫게 해준 책이다.
2.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백세희
이 책은 기분부전장애를 앓고 있는 저자가 정신과 의사와 나눈 상담 기록을 그대로 엮은 에세이다. “나는 감정을 숨기며 살아왔고, 그래서 더 아팠다.” 그녀의 고백은 나의 고백이기도 했다.
특별한 문학적 장치도, 화려한 수식도 없다. 하지만 그래서 더 진심으로 와닿는다. 상담실 안의 짧은 문장들이, 독자인 나의 긴 하루를 끌어안아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감정을 말로 꺼내는 것이 얼마나 큰 치유가 될 수 있는지 처음으로 느꼈다.
3.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 – 김신회
하루하루가 무기력한 날,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김신회 작가는 일상의 작은 쉼표를 통해 지친 우리에게 말한다. 쉴 자격이 있다고.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 이 책은 그런 감정을 조용히 달래준다. 잠깐 멈춰도 괜찮다고, 꼭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고, 어른이라는 이름 아래 눌려 살아가는 마음에게 말을 건넨다.
감정을 감추지 않아도 되는 하루
이 글에 담은 세 권의 책은 모두 말한다. 무너지는 순간에도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상처는 누구에게나 있고, 그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용기라고.
어쩌면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위로가 아니라, 감정을 감추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공간을 찾고 싶은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 당신의 하루가 조금 무거웠다면, 이 중 한 권을 조용히 꺼내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