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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왕 되기 프로젝트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섬세한 상상력과 다정한 위로

by 실리뽀 2025. 10. 13.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섬세한 상상력과 다정한 위로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SF 장르를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하며, 인간적인 감정과 관계를 정밀하게 탐색하는 작품집입니다. 단순히 미래 기술과 우주 여행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의 외로움, 사랑, 상실, 소외를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단편들이 모여 있습니다. 과학적 상상력 속에서 피어나는 다정함과 인간애는, 읽는 순간 독자에게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별처럼 빛나는 단편들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는 병든 딸과 작별한 한 과학자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빛보다 느린 우주선 속 시간의 흐름을 따라 과거로 돌아가려는 어머니의 여정은, 상대성 이론을 모티프로 삼아 시간과 사랑을 동시에 품습니다. 모성과 그리움, 인간적 결핍과 치유의 이야기가 은하를 넘어 전달되는 방식은 섬세하면서도 장대한 감정을 안겨줍니다.

단편 「스펙트럼」에서는 다양한 감각 체계를 가진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한 장애 아동의 삶을 통해 인간 중심적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고, 감각과 세계 인식의 다양성에 대해 질문합니다. 「공생 가설」은 외계 생명체와의 접촉 이후의 철학적 고민과 상호 이해를 탐구하며, 공존의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시합니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는 인간 실험과 기억의 본질에 대한 윤리적 고민을 펼치며, 독자가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감정의 물성」,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밀레니엄 아이」 등 여러 단편이 각자의 독립적 이야기를 지니면서, 모두 공통적으로 ‘연결’과 ‘소외’, ‘기억’과 ‘이해’의 문제를 다룹니다. 단순한 SF 서사로 머무르지 않고, 삶과 인간관계에 대한 다층적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봄과 닮은 이야기, 계절적 감성

이 책은 마치 봄날처럼 조용히 다가와 독자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집니다. 차가운 우주의 배경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애와 관계의 욕망은, 새싹이 돋고 바람이 부드러운 이 계절과 닮아 있습니다. 봄은 회복과 생명의 계절이며, 단편들은 고단한 마음을 녹이는 한 줄기 햇살처럼, 잃어버린 다정함을 다시금 떠올리게 합니다.

문장 속 철학과 사유

“우리는 다정한 세계를 만들 수 있을까?”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이 질문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을 넘어서, 김초엽 문학의 지향점을 보여줍니다. 인간 중심 세계관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고민하게 합니다. 소설 속 인물들의 관계와 선택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이해와 연대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SF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과 문학적 가치

김초엽의 작품은 SF라는 장르의 경계를 오히려 문학적 본질로 확장합니다. 복잡한 과학적 개념을 쉽게 풀어내면서도, 인간 감정을 정교하게 엮어냅니다. 차분하고 온화한 문장은 독자에게 세심한 배려를 느끼게 하며, 특히 ‘이해받지 못한 존재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과학적 상상력과 인간적 서사가 결합되어, 단편 하나하나가 독자에게 감정적 울림과 사유의 폭을 넓히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누구에게나 열린 다정한 SF

이 작품집은 SF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도 친근합니다. 과학적 설정 속에 담긴 인간적 이야기들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으며, 동시에 깊은 공감과 사유를 이끌어냅니다. 관계와 인간애가 점점 희미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이 단편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더 다정한 세계를 꿈꾸게 만듭니다.

읽어야 하는 이유

  • 과학과 문학이 결합한 SF 장르를 경험하고 싶은 독자
  • 현대인의 외로움, 관계, 소외를 담은 이야기 속에서 감정을 성찰하고 싶은 사람
  • 짧지만 깊이 있는 단편을 통해 삶과 인간관계의 의미를 돌아보고 싶은 독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단순한 SF 소설집이 아니라, 다정한 상상력으로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방법을 조용히 가르쳐주는 작품입니다. 기술과 과학이 발달하는 시대에도, 우리가 서로에게 보여줄 수 있는 다정함과 이해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