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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왕 되기 프로젝트

알베르 카뮈 『이방인』 : 인간의 본모습

by 실리뽀 2025. 10. 13.

알베르 카뮈 『이방인』 – 태양 아래 드러난 인간의 본질과 부조리한 삶의 대가

“사람답게” 슬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인간이 세상에서 완전히 추방된다면 어떨까요?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이방인』은 살인 사건보다 더 무서운, “감정을 연기하지 않은 죄”를 다루는 실존주의 문학의 정수입니다.

1. 줄거리 – 눈물 한 방울이 없었다는 이유로

소설은 주인공 뫼르소가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상복을 입고, 관을 지키고, 조문객을 맞이하는 형식은 갖추었지만 그는 울지 않습니다. 그가 신경 쓰는 것은 흑체 의복의 답답함, 태양의 열기, 담배 냄새, 잠 못 잔 피곤함 같은 감각들뿐입니다.

장례가 끝난 뒤 뫼르소는 곧바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다음 날 연인 마리와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영화를 보고, 침대에서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그는 “슬퍼해야 할 타이밍”에 슬퍼하지 않고, “기뻐해도 될까 망설일 타이밍”에 망설이지 않습니다. 그저 느껴지는 대로 살아갈 뿐입니다.

그러던 중 이웃 레몽의 사적 갈등에 휘말린 뫼르소는 해변에서 한 아랍 남자와 마주치고, 눈부신 태양과 뜨거운 열기 속에서 결국 방아쇠를 당깁니다. 그는 네 발의 총을 쏘지만, 정작 왜 쐈는지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후 이어지는 재판에서 법정은 그의 살인 동기뿐 아니라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점, 그 다음 날 여인과 바다로 놀러 나간 행동까지 문제 삼습니다. 결국 재판은 “얼마나 나쁜 범죄자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비인간적인 사람인가”를 판단하는 장으로 변해 버립니다.

출처: 민음사

2. 사회와 개인의 충돌 – 감정을 연기하지 않았다는 죄

2-1. 뫼르소는 정말 ‘감정이 없는 인간’일까?

많은 사람들이 뫼르소를 “무감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그가 느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태양의 무게, 땀의 불쾌감, 바닷물의 상쾌함, 담배 한 모금의 만족…. 그는 다만 “사회가 기대하는 감정”을 일부러 연기하지 않을 뿐입니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그는 “슬퍼해야 한다”는 규범을 따라 눈물을 짜내지 않습니다. 마리에게 “나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솔직히 말합니다. 세상은 이 솔직함을 차갑다고 부르고, 마침내 법정은 그를 “괴물”로 규정합니다.

2-2. 진실함이 낙인이 되는 사회

재판정에서 뫼르소는 살인 자체보다 “어머니 장례식 다음 날 바다에 갔던 남자”라는 이유로 더 큰 비난을 받습니다. 그는 울지 않았고, 기도하지 않았고, 슬픔을 연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는 시늉을 했더라면, 법정의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카뮈는 이 지점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사회는 때때로 “진실한 사람”보다 “연기 잘하는 사람”을 더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뫼르소는 거짓말을 거부한 대가로, 단지 “다른 방식으로 느끼는 인간”이라는 이유로 완전히 고립됩니다. 『이방인』이라는 제목은 결국 “세상의 언어를 연기하지 못한 사람”에게 붙는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3. 부조리의 철학 – 의미 없는 세계를 받아들이는 용기

사형 선고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 뫼르소는 처음으로 삶과 세계에 대해 깊이 사유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음과 같은 깨달음에 도달합니다.

“나는 세상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이 열렸다.”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Absurd)’는 여기서 선명해집니다. 세계는 우리의 기대에 맞춰 움직여 주지 않고, 선한 사람에게만 보상을 주지도 않으며, 기도한다고 해서 운명이 바뀌지도 않습니다. 인간은 의미를 갈망하지만, 세계는 침묵할 뿐입니다.

이 모순된 상태가 바로 부조리입니다. 뫼르소는 결국 “세상은 원래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의 감각과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긍정합니다. 사형을 앞둔 마지막 밤, 그는 하늘의 별과 공기의 냄새를 느끼며 오히려 묘한 평온을 맛봅니다.

카뮈에게 중요한 것은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가 아니라, “아무 의미도 보장되지 않은 삶을 어떻게 견디고 살아낼 것인가”입니다. 뫼르소는 그 무의미함을 부정하지 않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평온을 찾아간 인물입니다.

4. 『이방인』이 던지는 질문 – 우리는 얼마나 진실하게 살고 있는가

소설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나는 뫼르소처럼 솔직하게 살 수 있을까?”

우리는 직장에서, 가족 앞에서, SNS에서 끊임없이 감정을 연기합니다. 힘들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분명 화가 나지만 “그냥 웃고 넘겨요”라고 답합니다.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사회가 정해 둔 감정의 시나리오에 나를 맞춥니다.

뫼르소는 그 시나리오를 따라가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는 거짓 애도를 하지 않았고, 사랑을 장담하지 않았으며, 종교적 위로를 받아들이는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그는 세상과 타협하지 못한 “이방인”이 되었고, 진실함은 곧 고독의 다른 이름이 됩니다.

카뮈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듯합니다. “당신은 어느 지점에서부터 연기를 시작했는가? 그리고 그 연기 없는 얼굴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용기가 있는가?”

5. 『이방인』이 남기는 삶의 태도

『이방인』은 삶의 의미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안내서가 아닙니다. 대신,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 정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뫼르소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삶의 태도를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의미를 강박적으로 찾기보다, 존재 자체를 인정하기
    세상이 항상 공정하게 굴러가지는 않음을 받아들이되, 그 안에서 내가 느끼는 감각과 경험을 소중히 보는 태도.
  • 감정을 숨기는 대신, 가능한 한 솔직하게 바라보기
    “슬퍼해야 하니까 슬퍼하는 척”이 아니라, 지금의 내 마음이 어떤지부터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
  • 사회적 규범과 나만의 기준 사이에서 균형 찾기
    모든 규범을 다 거부할 수도, 무조건 따를 수도 없습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만의 기준을 세우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실존주의 문학과 철학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방인』은 그 세계로 들어가는 가장 좋은 입구가 됩니다. 얇은 분량이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이 오래 머무는 책입니다.

6. 결론 –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도 나답게 산다는 것

『이방인』은 살인과 재판을 다루는 소설이지만, 그 안에 숨은 진짜 이야기는 “진실하게 산다는 것의 대가”에 대한 기록입니다.

태양 아래에서 방아쇠를 당긴 뫼르소의 순간은 사실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이 세계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사회의 시선과 나 자신의 본질 사이에서,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선택을 합니다.

카뮈는 말합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친절하지 않을지라도, 그 속에서 나 자신에게만은 정직할 수 있다고.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도 진실하게 살고자 하는 그 마음이야말로, 오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이방인』의 유산입니다.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실존주의 문학, 알베르 카뮈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은 독자
  • “나는 왜 이렇게까지 연기하며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 사람
  • 삶의 의미, 인간 본질, 자유와 고독 같은 주제를 책으로 사유해 보고 싶은 사람
  • 짧지만 오래 남는 고전을 찾는 독서가

얇은 책 한 권이지만, 다 읽고 나면 장례식장, 햇빛, 법정이라는 공간이 전부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