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왕 되기 프로젝트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 금지된 사랑과 파멸

by 실리뽀 2025. 10. 12.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 사랑과 행복 사이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서론: 사랑이 삶을 바꿀 때,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될까

사랑은 우리를 구원해 줄 것 같다가도, 어느 날은 가장 큰 혼란의 시작점이 되기도 합니다. 결혼과 책임, 자유와 욕망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릴 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라는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이런 질문을 피해 가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19세기 러시아 상류 사회를 배경으로, 화려한 도시의 열정과 조용한 시골의 평온, 금지된 사랑과 소박한 행복을 나란히 펼쳐 놓고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선택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지요.

출처: 문학동네

두 개의 인생 선 – 안나와 레빈의 이야기

소설에는 크게 두 개의 인생이 교차합니다. 하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를 오가는 사교계의 중심에서 사랑과 스캔들, 시선과 도덕의 무게에 짓눌리는 안나의 삶이고, 다른 하나는 농촌과 토지, 노동과 자연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레빈의 삶입니다.

안나는 존경받는 고위 관리 카레닌의 아내로, 겉보기에는 흠잡을 데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편과의 결혼 생활은 이미 마음이 식어 버린 지 오래고, 그녀는 어느 순간 자신이 숨 쉴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러던 중 장교 브론스키를 만나면서 안나는 평소라면 감히 상상하지 못했을 선택 앞에 서게 됩니다.

반면 레빈은 도시의 화려함이 아닌, 자신의 토지와 농민, 가족과의 삶을 바라보는 인물입니다. 그는 사회적 성공과 평판보다 “어떻게 살아야 옳은가”라는 질문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그의 고독한 고민은 안나의 격정적인 삶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며 우리에게 두 가지 다른 삶의 방향을 보여줍니다.

안나의 사랑: 해방일까, 또 다른 감옥일까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은 처음에는 거부할 수 없는 끌림으로 시작됩니다. 그녀에게 이 사랑은 숨 막히는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 줄 유일한 출구처럼 보입니다. 안나는 세상과 맞서는 사랑을 선택하고, 그 선택은 곧 사회적 비난과 가정의 붕괴, 아이와의 거리 두기라는 대가를 불러옵니다.

톨스토이는 안나를 단순한 “불륜의 상징”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그는 안나의 내면을 파고들어, 사랑과 자유를 향한 욕망, 죄책감과 두려움, 누군가에게 온전히 이해받지 못한다는 외로움을 집요하게 따라갑니다. 사랑은 안나에게 해방이자 도피처였지만, 동시에 자신을 더 깊은 고립으로 몰아 넣는 감옥이 되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나는 연인과의 관계마저 불안하게 의심하게 되고, 주변의 냉랭한 시선과 끊임없는 자기 검열 속에서 균형을 잃어 갑니다.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현실이, 그녀를 조금씩 파괴해 가는 것입니다.

레빈이 보여주는 또 다른 행복의 얼굴

안나의 세계와 평행하게 놓인 레빈의 이야기는 겉으로 보기에는 훨씬 소박합니다. 그는 도시 사교계에서 조금 어색한 사람으로 남지만, 농촌에서 농민들과 함께 일하고, 땅을 돌보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는 과정에서 “삶 그 자체의 가치”를 찾으려 합니다.

레빈은 번번이 고민에 빠집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사랑해야 하는지, 믿음과 회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그러나 그 고민 끝에 도달한 결론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거창한 이상이나 눈부신 성공보다, 오늘 하루를 정직하게 살아가고, 눈앞의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려는 마음이 그에게는 가장 큰 평온을 가져다 준다는 것입니다.

안나의 격정적인 삶이 사랑의 파괴력을 보여준다면, 레빈의 이야기는 일상의 반복 속에서도 의미와 행복을 발견하려는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톨스토이는 두 인물을 통해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하나의 정답 대신 여러 개의 길을 펼쳐 보입니다.

도시와 시골, 열정과 평온이 만들어내는 대비

『안나 카레니나』를 읽다 보면 화려한 무도회와 눈 덮인 기차역, 조용한 들판과 노동의 현장이 번갈아 등장합니다. 도시의 장면들은 시선과 평가, 속도와 경쟁을 상징하고, 시골의 풍경은 느림과 성찰, 신체 노동의 리듬을 떠올리게 합니다.

안나는 대부분 도시의 공간에 속해 있습니다. 그녀는 늘 누군가의 눈에 비치며 살아야 하고, 그 시선은 곧 도덕과 규범의 무게가 됩니다. 반면 레빈은 땅을 밟고, 땀을 흘리며, 자연과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 확인해 나갑니다.

이 대비는 단순한 배경 구성이 아니라, 톨스토이가 보여주고 싶은 두 가지 삶의 조건입니다. 어느 쪽이 더 옳다고 단정하지는 않지만, 독자로 하여금 “나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를 조용히 물어 보게 만들지요.

불행과 행복, 그리고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이 작품의 첫머리는 “행복한 가정과 불행한 가정”에 대한 유명한 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그 문장은 한 집안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과 결혼,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각자가 다른 방식으로 상처받고 흔들린다는 사실을 압축한 문장처럼 느껴집니다.

안나의 삶이 보여주는 것은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나 금지된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랑과 책임, 자유와 도덕 사이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인간의 마음입니다. 레빈의 삶은 그와 정반대 지점에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찾으려는 또 다른 시도입니다.

그래서 『안나 카레니나』는 결국 이런 질문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랑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사랑을 선택할 때, 혹은 사랑을 포기할 때,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자신을 설득하고 있을까요?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다음과 같은 독자라면 이 소설에서 깊은 여운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사랑과 책임, 자유와 도덕 사이에서 고민해 본 적 있는 사람
  • 고전을 통해 인간 심리와 관계의 복잡함을 느껴 보고 싶은 독자
  • 러시아 문학 특유의 서정성과 묵직한 정서를 경험해 보고 싶은 분
  • 한 인물의 비극뿐 아니라, 여러 인물의 삶이 교차하는 대하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

『안나 카레니나』는 분량이 만만하진 않지만,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인물들의 선택과 고민이 나 자신의 문제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마무리: 사랑은 결국,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의 문제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랑을 단순히 아름답거나 위험한 감정으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그는 사랑을 통해 인간의 본질이 드러나는 과정을 바라봅니다. 안나와 레빈, 두 사람의 삶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결국 같은 질문 앞에 다다릅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그 질문은 19세기 러시아 상류 사회만의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화려한 선택과 조용한 선택 사이에서, 사회의 기대와 자신의 진심 사이에서, 우리는 매일 작은 안나와 작은 레빈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안나 카레니나』는 바로 그 지점을 놓치지 않는 소설입니다. 한 여인의 비극만이 아니라, 사랑하고, 흔들리고, 후회하고, 다시 살아가려는 모든 인간의 초상을 담아낸 이야기이기에, 세기가 바뀐 지금도 여전히 ‘현재형 고전’으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