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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왕 되기 프로젝트

존 윌리엄스 『스토너』 : 조용한 삶의 깊은 울림

by 실리뽀 2025. 10. 12.

존 윌리엄스 『스토너』 –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도, 끝까지 자신답게 산다는 것

조용해서 더 강한 한 인생의 초상

처음 『스토너』를 펼치면 의아해질지도 모릅니다. 대단한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인물들의 화려한 성공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아주 조용한 한 사람의 일생이,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서서히 펼쳐집니다.

윌리엄 스토너는 미주리 시골 농가에서 태어나 농학을 공부하러 대학에 들어온 청년입니다. 그러나 우연히 듣게 된 문학 강의 한 번이 그의 인생을 바꿔 놓습니다. 이전까지는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본 적 없던 감정이, 그 순간 그의 마음을 흔듭니다. “나는 이 세계가 더 궁금하다. 이게 내가 살아갈 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스토너는 농부의 아들이 아닌, 문학을 사랑하는 학생이 됩니다. 그리고 결국 대학에 남아 조용한 교수로 살아갑니다. 눈에 띄는 업적은 없지만, 그에게는 분명 자신이 사랑한 세계가 있었습니다.

출처: RHK

학문과 신념을 지킨 고독한 교수의 자리

스토너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가 화려한 성공과는 조금 멀리 떨어진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대학 내 정치와 갈등 속에서 그는 권력의 편에 서지 못합니다. 출세를 위한 타협 대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선택을 고집합니다.

그 결과 그는 점점 주변으로 밀려나고, 동료들 사이에서 고립되기도 합니다. 강의실 안에서 학생들에게 문학을 이야기할 때만이 비로소 자신의 자리에 있는 듯한 안정을 느낍니다.

이 대목에서 스토너는 우리 삶과 깊이 겹쳐집니다. 빠르게 결과를 내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내야만 인정받는 시대에 그는 끝까지 속도를 늦추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이어갑니다. “지금 여기서, 이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내 삶의 이유”라고 믿는 사람. 이 조용한 확신이 바로 이 소설의 가장 큰 감동입니다.

잠시 스쳐간 사랑, 그러나 오래 남는 온기

스토너의 사적인 삶은 결코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배우자와의 관계는 점점 메말라 가고, 집은 안식처라기보다 오히려 더 큰 고독을 느끼는 공간이 되어 버립니다.

그런 그에게 동료 교수 캐서린과의 만남은 늦게 찾아온 작은 빛과 같은 경험입니다. 두 사람은 문학과 대화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짧지만 진심 어린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사회적 시선과 제도,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들 때문에 그 사랑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지만, 그 기억은 스토너의 남은 생을 지탱하는 하나의 기둥처럼 남습니다.

이 관계는 실패한 사랑이라기보다, “나는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사건에 가깝습니다.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지만, 그때 느꼈던 진심만큼은 끝까지 그의 내면에서 조용히 빛을 냅니다.

성공의 기준을 조용히 다시 묻는 소설

겉으로만 보면 스토너의 인생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습니다. 큰 연구 업적도 없고,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름도 아니며, 가족 관계도 완벽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나 소설은 질문을 바꿔 놓습니다. “정말 이것이 실패한 인생일까?”

스토너는 끝까지 자신이 사랑한 일을 놓지 않았습니다. 학생들 앞에서 문학을 이야기하는 순간이 무엇보다 소중했고, 연구실에서 한 줄 한 줄 글을 읽고 쓰는 시간을 진심으로 아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초라해 보일지 몰라도, 그는 자기 삶의 주제를 분명히 알고 그 길을 걸어갔습니다.

이 소설은 화려한 이력과 눈에 보이는 성취가 아니라,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삶을 살아냈는가”를 성공의 기준으로 가져옵니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나는 지금,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는가?”

조용한 마지막, 그러나 독자에게는 깊은 울림

스토너의 마지막은 대단한 사건 없이 조용히 찾아옵니다. 그는 세상에 큰 흔적을 남기지 못했지만, 자신이 사랑한 세계와 끝까지 연결된 채 삶을 마무리합니다. 어느 장면에서 그는 한 권의 책을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짓습니다. 마치 “이걸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사람처럼요.

이 장면은 독자에게 묵직한 울림을 남깁니다. 우리에게도 언젠가 삶의 마지막 페이지가 찾아올 텐데, 그때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후회와 미련으로 가득한 얼굴일지, 아니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얼굴일지. 스토너의 마지막은 그런 상상을 자연스럽게 끌어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스토너』가 건네는 위로

요즘 우리는 남들이 보기 좋은 결과와 기록에 많은 에너지를 씁니다. 스펙, 연봉, 팔로워 수, 조회수 같은 숫자들이 어느새 삶의 성적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스토너』는 이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지는 않지만, 그와는 아주 다른 방향에서 우리를 바라보게 합니다. 세상이 기억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연대기 속에 이름이 남지 않아도, 내가 사랑한 일을 하며, 내 기준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냈다면 그 삶은 충분히 값지지 않겠느냐고 조용히 묻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거대한 위로 대신 작은 용기를 건네는 책입니다. 눈부신 도약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내 방식대로 정직하게 견뎌 내는 일. 그 평범한 하루들이 모여 하나의 인생이 된다는 사실을, 스토너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줍니다.

이런 분들께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스토너』는 다음과 같은 독자에게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 화려한 성공보다, 진심이 담긴 조용한 삶을 꿈꾸는 분
  • 커리어와 가족, 관계 속에서 방향을 잃고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사람
  • “인생 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잔잔한 문학 한 편을 찾는 독서가
  • 크게 사건이 없지만, 읽고 나면 오래 여운이 남는 소설을 좋아하는 분

빠른 전개와 강한 자극을 기대한다면 이 소설은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음이 지쳤을 때,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스토너와 함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마무리: 말없이, 그러나 끝까지 자신답게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크게 외치지 않습니다. 대신, 한 사람의 삶을 조용히 따라가며 “진심을 포기하지 않는 것”의 의미를 보여 줍니다.

그는 화려한 영웅도, 위대한 혁명가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너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이유는, 우리 대부분의 인생 역시 비슷한 속도로 흐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책을 덮고 난 뒤, 우리는 아주 작은 질문 하나를 손에 쥐게 됩니다. “나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사랑하며 살고 싶은가?” 『스토너』는 그 질문을 조용히 건네고, 대답은 각자의 삶 속에서 천천히 찾아가 보라고 말하는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