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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왕 되기 프로젝트

에드워드 애슈턴 『미키7』 :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의 원작 SF소설

by 실리뽀 2025. 10. 18.

에드워드 애슈턴 『미키7』: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선택한 미래의 자화상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미키17(Mickey 17)은 개봉 전부터 전 세계 SF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단순히 ‘봉준호’라는 이름 때문만이 아닙니다. 영화의 원작이 되는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Mickey7)』이 이미 놀라운 세계관과 철학적 질문으로 SF 문학계에서 주목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작을 먼저 읽어보면, 영화가 다루게 될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물음과 봉준호 감독의 해석 방식이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옵니다. 이 글에서는 『미키7』이 그려내는 세계, 핵심 주제, 그리고 원작을 읽는 일이 왜 지금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되는지를 살펴봅니다.

출처: 황금가지

1. 미래의 인간, ‘미키7’이라는 이름의 존재

『미키7』은 먼 미래, 인류가 다른 행성을 개척하며 생존을 이어가는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 미키는 ‘소모품(Expendable)’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그의 임무는 단순합니다. 위험한 작업에 투입되어 죽더라도, 그의 기억과 의식이 복제되어 다시 살아나는 것. 이 잔혹한 시스템은 인간의 생명을 ‘데이터’로 치환해버린 냉혹한 미래 사회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미키는 일곱 번째 복제체, ‘미키7’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임무 중 실종된 미키7이 살아 돌아오자 이미 새로 복제된 ‘미키8’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두 명의 동일한 인격체가 공존하는 세계. 이 모순된 상황은 인간 존재의 경계와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기억을 가진 복제는 과연 나인가, 아니면 나의 그림자인가?”

2. 복제와 자아의 경계 — 존재를 둘러싼 철학적 질문

소설은 단순한 SF 액션이 아닙니다. 에드워드 애슈턴은 미키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존엄, 자아의 지속성, 그리고 ‘죽음 이후의 나’를 탐구합니다. 육체가 사라지고 의식만 남는다면, 그것은 여전히 나일까? 이 질문은 독자에게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존재론적 불안을 자극합니다.

『미키7』 속 세계는 기술이 인간을 대신하는 사회이자, 인간이 더 이상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닌 사회입니다. 미키는 자신이 ‘대체 가능한 인간’이라는 사실에 절망하면서도, 살아 있는 한 자신이 진짜라고 믿고 싶어 합니다. 이 모순된 감정은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3. 봉준호 감독의 선택 — 사회적 알레고리로 확장된 이야기

봉준호 감독은 늘 사회 구조 속 인간의 위치를 이야기해왔습니다. 설국열차에서 계급과 불평등을, 기생충에서 욕망과 구조적 모순을 다뤘듯, 그가 『미키7』을 영화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복제 SF가 아니라, 인간이 시스템에 의해 소모되는 사회를 은유하기 때문입니다.

소설 속 미키는 더 이상 고유한 인격체가 아닙니다. 그는 ‘필요할 때만 쓰이는 자원’이자, 죽어도 다시 만들어질 수 있는 부품입니다. 이 설정은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 — 효율, 생산성, 대체 가능성 — 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봉준호 감독이 이 이야기에 매료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SF의 껍데기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묻는 감독이기 때문입니다.

4. 『미키7』이 제시하는 미래의 윤리

『미키7』은 인간 복제 기술과 AI, 생명 윤리의 경계를 현실적으로 다룹니다. 작가는 생명을 데이터화하고 죽음을 무력화한 사회에서, 오히려 인간성이 어떻게 희미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죽지 않는 인간은 과연 인간일까요? 그런 사회에서 ‘자기 자신’은 어디에 존재할까요?

이러한 질문들은 오늘날 인공지능, 유전자 편집, 생명공학의 발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즉, 『미키7』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시대의 거울로 작동하는 SF입니다.

5. 영화 개봉 전에 원작을 읽어야 하는 이유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원작을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합니다. 그는 원작의 세계를 토대로 사회적 메시지를 강화하고, 캐릭터를 인간적으로 확장하는 연출을 선보여왔습니다. 따라서 『미키7』을 먼저 읽으면, 영화 미키17을 통해 감독이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를 재해석했는지 더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가 개봉하면 스포일러가 넘쳐날 테지만, 원작을 읽고 나면 그 어떤 스포일러도 두렵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미키7』의 진짜 매력은 결말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인간 존재의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6. 결론: ‘복제된 인간’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우리’의 이야기

『미키7』은 우주 개척이라는 거대한 무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결국 그 중심에는 인간이 있습니다. 죽음을 극복하고자 한 욕망, 효율을 위해 인간을 대체하려는 사회, 그리고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개인의 투쟁. 이 모든 것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와 닮아 있습니다.

소설을 덮고 나면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언젠가 나 역시 시스템 속의 미키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질문이 당신에게 남는다면, 『미키7』은 이미 성공한 작품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을 기다리며, 지금 이 순간 『미키7』을 읽어보세요.
영화보다 먼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사유가 당신을 더 깊은 우주로 이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