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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왕 되기 프로젝트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 인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다

by 실리뽀 2025. 10. 18.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 인류의 거대한 이야기 속에서 나를 다시 발견하는 시간

처음 『사피엔스』를 펼쳤을 때, 저는 역사책을 읽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연표와 사건, 인물의 이름이 줄줄이 등장하는 그런 책 말이죠. 그런데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알게 됩니다. 이 책은 과거를 정리하는 책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계를 낯설게 만드는 책”이라는 사실을요. 인류의 긴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질문은 아주 개인적인 지점으로 돌아옵니다. “이 거대한 이야기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1. 인류의 역사, 거대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우리의 자서전’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는 제목만 보면 조금 압도적입니다. 유인원에서 시작해 미래의 인공지능과 생명공학까지, 인류 전체의 역사를 한 권에 담겠다고 선언하니까요. 하지만 하라리가 이끄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은 사실 거대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種)의 자서전”에 가깝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는 수만 년 전 작은 집단으로 살아가던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의 대부분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왜 돈과 국가, 종교와 기업 같은 것들을 믿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제 어디까지 가려고 하는지를 차근차근 짚어 나갑니다. 역사, 경제, 생물학, 철학을 넘나드는 서술 덕분에,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이야기”로 다가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힘입니다.

2. 상상력이 만든 허구의 질서 – 우리가 믿는 것들은 얼마나 ‘진짜’인가

『사피엔스』를 읽고 나면, 가장 먼저 시선이 달라지는 대상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믿어 온 것들입니다. 돈, 회사, 국가, 종교, 인권, 법 같은 것들 말이죠.

하라리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결정적으로 달라진 이유를 “공유된 상상력”에서 찾습니다. 서로 본 적도 없는 수많은 사람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주는 것은, 결국 모두가 진짜처럼 믿는 이야기라는 것이죠. 지폐는 그 자체로는 종이일 뿐인데, 우리가 가치가 있다고 믿으니 물건과 시간을 바꾸는 힘을 갖습니다. 회사라는 존재도 건물과 서류, 이름이 전부이지만, 수많은 사람이 그 법인을 실재하는 존재로 대하는 순간 거대한 영향력을 갖게 됩니다.

이 관점을 한 번 받아들이고 나면, 일상 풍경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이게 정말 자연스럽고 당연한 질서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함께 믿어 주니까 유지되는 허구인가?”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되죠. 허구라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허구 덕분에 우리는 수억 명이 함께 협력하는 복잡한 사회를 만들 수 있었으니까요. 다만 그 허구가 절대적인 진실인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스스로 만든 질서에 갇혀 버리기도 합니다.

3. 인류의 네 가지 도약, 그리고 오늘의 우리

하라리는 인류 역사의 큰 전환점을 네 가지 혁명으로 정리합니다. 인지 혁명, 농업 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 혁명. 이 네 가지는 거창한 단어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가 오늘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설명해 주는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인지 혁명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꽃피었던 시기입니다. 신화와 종교, 상징과 언어를 통해 인간은 서로를 연결했고, 작은 무리를 넘어 거대한 집단을 이루기 시작했죠. 오늘날의 팬덤 문화, 브랜드, 국가 정체성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이 인지 혁명에서 시작된 상상력의 힘과 닿아 있습니다.

농업 혁명은 더 풍요롭고 편안한 삶을 가져왔을까요? 하라리는 다소 도발적으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수렵채집인의 삶보다 농경 사회의 삶이 더 고단했고, 더 많은 노동과 불평등을 낳았다는 지적은 “발전 = 더 나은 삶”이라는 단순한 공식에 의문을 던지게 합니다.

통합의 과정에서는 종교, 제국, 화폐 같은 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엮여 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과학 혁명은 우리가 사는 시대와 직접 연결됩니다. 지식이 힘이 되고, 기술이 삶을 완전히 바꾸는 시대. 생명공학과 인공지능까지 등장한 지금, 인류는 스스로를 다시 설계할 수도 있는 문턱에 서 있습니다.

이 네 가지 혁명을 따라가다 보면, “인류의 이야기”가 먼 얘기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넘겨보는 일상, 카드 한 장으로 물건을 사고 파는 시장, 국가와 회사라는 이름 아래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들. 모두가 이 긴 역사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 체감됩니다.

4. 과거를 지나 미래로 – 기술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

『사피엔스』의 마지막 부분에서 하라리는 미래 이야기를 꺼냅니다. 유전자 편집, 인공지능, 생명 연장 기술 등 우리가 이미 뉴스에서 접하고 있는 담론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인간이 되려 하는가?”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기술 자체를 찬양하거나 공포스럽게만 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는 여러 가능성을 보여줄 뿐,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대신 독자에게 공을 넘깁니다. 과학과 기술의 방향은 자동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는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요.

그래서 『사피엔스』는 미래 예측서라기보다, “미래를 선택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윤리적 메시지에 가까운 책입니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막연히 “더 발전하면 다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해 온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한 번쯤 멈춰 서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꿈꾸는 발전은, 정말로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있는가?”

5. 『사피엔스』가 내 삶에 남긴 질문들

이 책을 읽고 난 뒤, 저는 몇 가지 일상적인 장면이 이전과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월급이 통장에 찍히는 날, 숫자를 보며 한숨을 쉬다가도 “이건 결국 모두가 믿고 있는 기호의 체계일 뿐이야”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회사라는 이름, 국가라는 이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허구를 부정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는 언제든 다른 이야기를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자유를 의식하게 된 것입니다.

또 하나 남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인류 전체의 행복은 과연 얼마나 중요하게 다뤄져 왔는가?” 우리의 경제 시스템과 정치, 교육은 정말로 사람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설계된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만들어낸 구조가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작동하는 것일까요? 『사피엔스』는 이런 불편한 질문들을 피해 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절망만을 남기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만든 세계라면, 다르게 만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인류가 수만 년 동안 상상력을 통해 지금의 세상을 만들어 왔다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쓸지는 여전히 우리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6. 이런 분들에게 『사피엔스』를 권합니다

  • 역사를 새롭게 보고 싶은 사람 – 연도와 사건이 아닌, 인간의 사고방식과 구조의 변화에 관심 있는 독자
  • 현대 사회의 근본이 궁금한 사람 – 자본주의, 국가, 종교, 회사 시스템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고 싶은 이들
  •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 – 기술과 인류의 방향, 윤리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고 싶은 독자
  • 내가 사는 세계를 한 걸음 떨어져서 보고 싶은 사람 – “당연한 것들”을 잠시 의심해 보고 싶은 모든 이

『사피엔스』는 인류의 거대한 여정을 다루지만, 결국 마지막 장에서 남는 것은 거창한 역사 지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자문입니다. “이 세계에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라리는 정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충분한 배경과 질문을 건네고, 생각할 시간을 우리에게 남겨 둡니다.

책을 덮고 나면, 세계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인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쓰고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피엔스에게, 이 책은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동반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