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케 류노스케 『초역 부처의 말』 – 복잡한 세상에서 마음을 다독이는 가장 단순한 방법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입니다. 일에서도, 관계에서도,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기준이 끝없이 올라가는 느낌이 들죠. 그런 날에는 마음이 쉽게 부서집니다. 코이케 류노스케의 『초역 부처의 말』은 그런 순간에 조용히 이렇게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괜찮다, 지금 이 순간의 나부터 돌보면 된다.”
1. 혼란의 시대, 왜 다시 ‘부처의 말’인가?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요동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끝없이 올라가는 기준,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관계,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비교와 열등감. “마음의 평화”라는 말은 어쩐지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코이케 류노스케는 스님의 옷을 입은 심리 상담가에 가깝습니다. 그는 수천 년 전 부처의 가르침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다시 풀어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종교 입문서라기보다, “내 마음의 구조를 이해하는 심리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특히 “왜 나는 늘 비슷한 감정 패턴에 빠질까?”를 고민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의 문장들이 의외로 현실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겁니다.
2. 세 가지 키워드 – 무상, 집착, 그리고 마음챙김
저자는 방대한 불교 사상을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합니다. 무상(모든 것은 변한다), 집착(놓지 못할수록 괴롭다), 마음챙김(지금 이 순간을 보는 힘). 이름만 보면 어렵지만, 이 개념들은 우리의 일상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2.1 모든 것은 변한다 – 불안의 근원을 이해하는 시선
“지금의 나는 곧 달라질 것이다.” 이 사실은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불러옵니다. 하나는 불안, 다른 하나는 해방감입니다. 코이케 류노스케는 우리가 느끼는 많은 불안이 사실은 “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 “변화가 싫다는 마음과 싸울 때” 더 커진다고 설명합니다.
관계가 변하는 것이 두렵고, 지금의 안정이 깨질까 봐 불안하지만, 조금만 거리를 두고 보면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감정도, 상황도, 나 자신도 계속 바뀝니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인정하는 순간, 지금의 위기도 언젠가 지나갈 것이라는 작은 숨 쉴 틈이 생깁니다.
2.2 괴로움은 집착에서 온다 – 손에 쥔 것을 바라보는 연습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꽉 쥐고 살아갑니다. 사랑, 인정, 돈, 성취, 이미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쥐면 쥘수록 불안해집니다. “이걸 잃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따라오니까요.
이 책은 “집착을 당장 버려라”라고 명령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조용히 제안합니다. “지금 내가 꼭 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만 정직하게 바라보라.” 버리려고 애쓰기 전에, 내가 어떤 것에 집착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 자체가 첫걸음이라는 거죠.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 ‘이 관계가 끝나면 나는 혼자가 된다’는 두려움. 우리의 집착은 생각보다 훨씬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합니다. 이 책은 그 집착을 비난하지 않고,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해 준 뒤 조금씩 거리를 두는 법을 알려줍니다.
2.3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는 힘 – 마음의 온도를 되찾는 방법
우리 마음은 과거나 미래를 헤매는 데에는 능숙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는 데에는 서툽니다. 이미 끝난 일에 대한 후회,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 속에서 “현재”는 늘 뒤로 밀려납니다.
부처가 말한 마음챙김은 거창한 수행이 아닙니다.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 오늘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온도에 잠깐 집중하는 것, 퇴근길 하늘 색을 한 번 올려다 보는 것. 이런 사소한 순간에 “지금 여기”의 나를 확인하는 연습입니다.
책 속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챙김은 특별한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자꾸만 미래로 달려가는 마음을 잠깐 붙잡아 두는 습관”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됩니다.
3. 감정을 없애려 하지 말 것 – 감정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태도
많은 사람들이 “마음 수련”이라고 하면 화도, 슬픔도,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 상태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초역 부처의 말』이 보여주는 것은 전혀 다른 방향입니다.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 속에서 나를 지키는 연습에 가깝습니다.
화가 날 때 “화 내면 안 돼”라고 억누르기보다, “지금 나는 왜 이렇게 화가 날까?”라고 한 번 물어보는 것. 슬플 때 “빨리 털어내야지”가 아니라, “이 슬픔은 무엇을 잃어버린 데서 왔을까?”라고 조용히 들여다보는 것. 이 책은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을 “없애야 할 문제”가 아니라 “나를 이해할 기회”로 보라고 말합니다.
감정을 미워하는 대신, 감정이 알려주는 메시지를 들어주는 태도. 그 태도를 배워 가는 과정이 곧, 부처가 말한 마음의 평온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4. 일상에서 해볼 수 있는 작은 실천들
이 책의 장점은, 읽고 난 뒤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힌트들을 준다는 점입니다. 몇 가지를 옮겨 보자면 다음과 같은 연습들입니다.
- 출근길 5분, 숨만 세어 보기 – 스마트폰을 꺼내기 전에, 발걸음과 호흡을 의식하며 1분만 걸어 봅니다. “지금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에 집중해 보는 연습입니다.
- 분노가 치밀 때, 멈추는 한 호흡 – 메신저에 답장을 쓰기 전, 혹은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지금 이 감정은 어디에서 시작됐지?”라고 마음속으로 한 번 묻고 숨을 고릅니다.
- 관계에서의 기대 내려놓기 – “이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렇게 해 줘야 해”라는 생각이 들 때, 그 기대를 사실처럼 믿는 대신 “이건 내가 만든 기대일 뿐”이라고 알아차려 봅니다.
- 잠들기 전 1분, 나에게 건네는 한마디 – 오늘 하루를 평가하거나 반성하는 대신, “그래도 오늘 여기까지 온 나, 수고했다”라고 조용히 말해 줍니다.
이 연습들은 거창한 수행이 아닙니다. 하지만 꾸준히 해 보면, 마음이 조금씩 덜 요동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초역 부처의 말』이 제안하는 것은 결국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작은 수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초역 부처의 말』을 읽어야 하는 이유
이 책은 불교 교리를 자세히 설명하는 교양서는 아닙니다. 대신, 더 이상 마음을 방치할 수 없는 시대에 필요한 심리적 생존 매뉴얼에 가깝습니다. 명상·심리학·철학의 경계에 서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마음을 다루는 법”을 전해 줍니다.
복잡한 생각을 조금 단순하게 정리해 주고, 무거운 감정을 조금 가볍게 내려놓게 해 주는 책. 『초역 부처의 말』은 그런 의미에서 지친 일상 속에 놓인 작은 휴게소 같은 느낌을 줍니다. 책을 덮을 때쯤, 독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겠지만, 조금 더 단단하고 조용해진 “지금의 나”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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