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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왕 되기 프로젝트

『아몬드』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 감정을 배우는 아이들

by 실리뽀 2025. 10. 19.

『아몬드』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 감정을 배우는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

감정이란 무엇일까요? 너무 늦게 배우는 아이와 너무 일찍 알아버린 아이. 두 소설은 서로 다른 길에서 같은 답을 찾아갑니다.

1. 두 소년이 알려주는 ‘감정의 얼굴’

손원평의 『아몬드』와 조제 마우로 지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모두 ‘감정’을 주제로 한 성장소설입니다. 하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의 이야기, 또 하나는 세상의 슬픔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아이의 이야기죠. 서로 다른 출발점이지만, 두 작품 모두 인간이 결국 ‘사랑’을 통해 회복된다는 따뜻한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이 글에서는 감정의 결핍과 과잉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두 주인공, 윤재와 제제가 어떻게 ‘인간다움’을 배워가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2. 『아몬드』 – 감정을 이해하는 법을 배운 소년

윤재는 선천적인 뇌 구조의 문제로 기쁨, 슬픔, 두려움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어머니와 할머니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지만, 한순간의 비극적인 사건으로 그 세계는 무너집니다.

이후 윤재는 폭력적인 친구 곤이, 그리고 고양이처럼 자유로운 소녀 도라를 만나며 처음으로 ‘감정’이라는 낯선 세계의 문을 엽니다. 그는 분노와 두려움을 이해하고, 누군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을 느끼며 비로소 성장합니다.

“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건 할 수 있다.”

윤재의 고백은 단순한 의학적 사실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믿음을 상징합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문장이죠.

3.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 너무 일찍 커버린 아이의 눈물

제제는 다섯 살의 어린아이이지만, 세상의 잔혹함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습니다. 가난한 가정, 폭력적인 아버지, 무관심한 어른들 사이에서 그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냅니다.

그에게 유일한 친구는 라임오렌지나무 ‘밍기뉴’, 그리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어른 ‘포르투가’입니다. 그러나 삶은 그마저도 제제에게서 빼앗아 갑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상실과 죽음을 겪은 제제는 깊은 고통 속에서도 세상과 화해하는 법을 배웁니다.

“나는 어른들의 슬픔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러자 내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았죠.”

제제의 말은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고통을 겪고도 여전히 사랑을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인간이 가진 가장 단단한 힘이 ‘공감’임을 깨닫게 합니다.

4. 감정의 결핍 vs 감정의 과잉

윤재는 감정을 모르는 아이, 제제는 감정을 버텨내야 하는 아이입니다. 윤재에게 감정은 새롭게 배워야 할 언어이고, 제제에게 감정은 너무 커서 감당하기 어려운 세계입니다. 서로 반대의 위치에 서 있지만, 두 아이는 모두 ‘사랑’을 통해 치유됩니다.

『아몬드』는 감정을 배워가는 과정 속에서의 성장,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감정의 무게를 견디며 성장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두 이야기는 모두 “공감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명제를 향해 나아갑니다.

5. 오늘의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

현대 사회는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진심보다는 효율이, 공감보다는 속도가 우선되는 세상에서 감정은 종종 ‘비합리적’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윤재와 제제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감정은 약함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는 이해를 통해 인간이 되고, 감정을 견디는 제제는 사랑을 통해 어른이 됩니다. 두 소년의 여정은, 감정이란 결국 ‘배우는 것’이자 ‘회복하는 힘’임을 보여줍니다.

6. 함께 읽으면 좋은 이유

  • 감정 표현이 어렵거나 무뎌졌다고 느끼는 사람
  • 성장소설 속에서 위로를 찾고 싶은 청소년과 어른
  • 공감과 사랑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

『아몬드』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두 아이의 이야기이지만, 결국 우리 모두가 겪는 ‘마음의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순간, 그리고 이해받는 경험 속에서 인간은 조금씩 따뜻해집니다.

문학은 때로 심리학보다 더 정확하게 마음의 결을 그려냅니다. 두 소설을 통해 우리는 감정을 ‘가지려 애쓰는 아이’와 ‘감당하려 애쓰는 아이’를 만납니다. 그리고 깨닫게 되죠. 사람을 성장시키는 건 결국 사랑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