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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왕 되기 프로젝트

정혜신 『당신이 옳다』로 배우는 공감의 언어, 관계를 지키는 마음의 기술

by 실리뽀 2025. 10. 21.

정혜신 『당신이 옳다』 리뷰 – 감정을 지키는 어른의 공감 말하기

서론: 어른이 된 뒤에 더 어려워진 말하기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말도 어른스러워질 줄 알았습니다. 더 다정해지고, 더 침착해지고, 싸움도 줄어들 거라고 막연히 기대했죠. 그런데 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감정은 여전히 서툴고, 대화는 자주 엇갈리고, “그때 왜 그렇게 말했을까”라는 후회는 나이를 먹어도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에서 제가 던진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걸렸습니다. 상대를 위로한다는 마음으로 말했는데, 돌아온 반응은 차가운 침묵이었거든요. “내가 뭘 잘못했지?”라는 의문이 계속 따라다니던 시기에 만난 책이 바로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였습니다.

이 책은 ‘말 잘하는 법’을 가르치기보다, 감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룰 것인가를 먼저 묻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야말로, 어른이 된 지금 우리가 가장 놓치기 쉬운 질문이기도 합니다.

어른이 되어도 서툰 감정 표현

어릴 때는 울고, 화내고, 토라지는 방식으로 감정을 드러내곤 합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 우리는 점점 감정을 숨기거나, 반대로 한꺼번에 터뜨리는 방식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직장에서는 무조건 참아야 할 것 같고, 가족에게는 ‘내 편이니까’ 하는 마음으로 더 거칠게 말하기도 합니다.

『당신이 옳다』는 이런 현실을 아주 구체적으로 짚어냅니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 병이 되는 사람들, “별일 아니다”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다가 결국 무너지는 사람들, 좋은 의도로 한 말이 상대에게는 상처가 되어버리는 장면들. 책 속 사례를 읽다 보면, 어느새 내 이야기 같아서 뜨끔해지는 순간이 많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감정은 틀리지 않는다.” 좋아서 좋고, 싫어서 싫은 그 마음 자체는 잘못이 아니라는 거죠. 다만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는 배워야 하는 영역이라고 말합니다.

『당신이 옳다』가 알려 주는 공감의 핵심

정혜신 박사는 오랫동안 상담과 마음돌봄 활동을 해오며,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온 정신과 전문의입니다. 그 경험 속에서 발견한 공감의 핵심은 의외로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 힘든 일을 털어놓으면 “그래도 이런 점은 괜찮잖아”, “그럴 거면 이렇게 해 보지 그래?”라며 조언이나 해결책을 먼저 건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말들이 때로는 상대의 감정을 지워버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상대가 바랐던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겠다”는 이해와 인정이었을지도 모른다고요.

그래서 이 책에서 반복해서 다루는 것은 화려한 말솜씨가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감정을 상상해보려는 노력, 그리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는 마음입니다. 말하자면, 공감은 “정답을 말해주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 옆에 잠시 앉아 있는 힘”에 가깝습니다.

감정을 지우지 않는 말의 힘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감정과 사실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시선”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감정을 ‘합리적/비합리적’으로 나누고, 스스로의 감정조차 설득하려고 듭니다. “이 정도 일로 왜 상처를 받아?”, “그렇게 화낼 일은 아니잖아”라고요.

『당신이 옳다』는 그 태도부터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감정은 맞고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있는 것’이라고요. 상처받았으면 상처받은 것이고, 서운했다면 서운한 겁니다. 그 감정을 없애려 하지 않고,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불편하다”처럼 차분히 이름을 붙여 주는 것. 그 첫 문장이 나와 상대를 동시에 지켜주는 말하기의 시작점입니다.

물론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나도 불편한데 상대 마음까지 챙기려면 에너지가 많이 들거든요. 그래서 이 책은 “완벽한 공감자”가 되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감정을 무시하거나, 상대를 설득하려는 말부터 꺼내지 않는 연습만으로도 관계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상에서 써 볼 수 있는 작은 말의 전환

책을 덮고 나서 저는 몇 가지 말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거창한 것도 아니고, 그냥 일상에서 자주 나오는 문장 몇 개였습니다.

  • “왜 그렇게 느껴?” 대신 “그렇게 느끼는구나.”
  • “너도 잘못한 거 있잖아.” 대신 “그 상황이 많이 힘들었겠다.”
  • “그 정도면 괜찮지 않아?” 대신 “나는 그 얘기를 들으니 이런 점이 마음에 남아.”

문장을 바꾸니, 내 마음도 조금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 상황의 문제점’을 찾고 ‘어떻게 해결할지’를 떠올렸다면, 이제는 잠깐이라도 “저 사람은 지금 무슨 감정일까?”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변화는 대단한 기적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 한켠의 힘이 덜 빠져나가는 느낌, 상대의 표정이 조금 더 부드러워지는 순간들을 경험하다 보면, 공감이란 결국 거대한 이론이 아니라 이런 작은 문장들의 차이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감과 자기 보호의 균형 – 착한 사람에서 건강한 사람으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 책이 무조건 “남을 먼저 이해하라”만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공감을 이야기하는 책들 중에는 독자에게 ‘더 착해지라’는 압박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당신이 옳다』는 오히려 자기 감정을 지키는 일을 먼저 강조합니다.

상대를 위로하느라 정작 나는 계속 소진되고 있다면, 그 관계는 공감이 아니라 희생에 가깝습니다. 이 책은 “나도 옳고, 너도 옳다”는 감각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공감의 균형을 잡으라고 말합니다. 내 마음을 억지로 밀어붙이면서까지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때로는 한 발 물러서는 선택도 존중합니다.

그래서 『당신이 옳다』는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고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법”을 알려주는 책에 가깝습니다.

이 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저는 이 책을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 대화가 끝나고 나서 혼자서만 자책하는 일이 잦은 사람
  • 가족이나 연인에게 상처 주기 싫어서, 결국 아무 말도 못 하는 사람
  • 조언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 상대를 더 힘들게 만든 적이 있는 사람
  • 상담·교육·돌봄 일을 하며, 타인의 감정을 많이 떠안고 있는 사람

『당신이 옳다』는 그런 사람들에게 “당신이 느끼는 그대로 괜찮다”는 메시지를 건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어떻게 말로 옮길 수 있을지, 현실적인 힌트를 제공합니다.

마무리 – 어른도 감정을 다시 배워야 한다

우리는 흔히 “어른답게 말해”라는 말을 듣지만, 정작 어른답게 말하는 방법은 거의 배우지 못하고 자라왔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더 서툴고, 책임감 때문에 더 무뚝뚝해지기도 합니다.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는 그런 우리에게 감정을 지우지 않고도 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해 줍니다. 공감은 거창한 미덕이 아니라, 내 감정과 상대의 감정을 동시에 존중하려는 작은 선택들의 연속이라는 것을요.

감정 때문에 관계가 자꾸 흔들린다고 느끼는 시기라면, 이 책을 한 번 천천히 읽어보길 권합니다. 말은 마음의 그릇이라는 말처럼, 이 책을 읽는 시간은 곧 나 자신을 다시 이해해 보는 시간이 됩니다. 그리고 그 이해가 쌓일수록, 우리가 건네는 한마디도 조금씩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