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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왕 되기 프로젝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야간비행』 : 고독한 도전에서 피어난 용기

by 실리뽀 2025. 10. 20.

생텍쥐페리 『야간비행』 리뷰 – 어둠을 통과해 자기 일을 지켜내는 사람들

서론: 밤에 읽어야 더 정확해지는 소설

제목부터 밤입니다. 『야간비행』. 낮에 읽어도 좋지만, 이 작품은 유난히 밤에 펼쳤을 때 더 또렷해지는 소설입니다. 집 안의 불을 조금 낮추고, 창밖이 어두워진 시간에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대의 비행기가 떠오릅니다. 어디선가 출발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가로지르는 작은 기체 하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실제로 하늘을 날았던 비행사이자 작가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의 문장에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한 번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밤하늘을 건너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긴장이 배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비행기나 폭풍이 아니라, 그 속에서 자신의 일을 붙드는 인간의 마음에 가깝습니다.

위험을 향해 날아가는 사람들의 얼굴

작품 속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하늘로 올라가는 조종사들과 땅에서 그 비행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얼굴이 함께 등장합니다. 서로 다른 위치에 서 있지만,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같은 단어입니다. 책임, 그리고 신뢰.

야간비행은 화려한 영웅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피곤하고, 두렵고, 때로는 외로운 인간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다시 비행기를 띄우고, 또 한 번 밤을 건너가기로 결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설은 거기서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천천히 파고듭니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이 비행이 단지 하늘 위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책임을 지는 사람들, 실수를 두려워하면서도 다음 날 다시 같은 자리에 서는 사람들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니까요.

어둠과 고독이 시험하는 ‘일한다는 것’의 무게

소설 속 비행은 안전한 낮 비행이 아니라,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밤 비행입니다. 계기판과 희미한 불빛만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 이것은 단지 항공 이야기라기보다,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야간비행”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이 있습니다.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는데, 뒤로 돌아갈 수도, 완전히 멈출 수도 없는 시기. 결과가 보이지 않는데도 책임 때문에, 혹은 스스로의 선택을 저버리고 싶지 않아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때 말입니다.

『야간비행』은 이런 순간에 놓인 사람들의 내면을 조용히 비춥니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완벽한 영웅이 아닙니다. 그들도 두려움을 느끼고, 누구보다 타인의 희생 앞에서 괴로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맡은 자리를 떠나지 않기로 하는 선택, 그 작은 결심 하나가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지 작품은 꾸준히 보여줍니다.

나는 왜 이 이야기에서 위로를 받았을까

이 소설을 읽으며 저는 특별한 ‘반전’보다,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는 모습에서 이상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요즘 우리는 “일에 진심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집니다. 효율과 성과가 중요시되고, 감정 소모를 줄이자는 말도 많이 들리죠. 물론 그 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어떤 기준으로 내 삶을 지탱하고 있는가라는 질문도 남습니다.

『야간비행』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남들이 보지 않는 순간에도 자신의 일을 향해 묵묵히 책임을 다합니다. 그 책임이 꼭 거창한 사명감에서 오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건 내가 선택한 일이다”라는 고집에 가까운 마음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이 있기에, 어둠 속에서도 비행기가 하늘을 가르고, 우리 일상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어린 왕자』를 좋아한 사람에게, 또 다른 생텍쥐페리

많은 사람들이 생텍쥐페리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작품은 단연 『어린 왕자』일 것입니다. 그 책이 마음의 순수함과 관계의 소중함을 이야기했다면, 『야간비행』은 훨씬 거칠고 현실적인 세계를 다룹니다. 책임과 규율, 의무와 두려움 같은 단어들이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지요.

그러나 두 작품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점도 분명히 보입니다. 바로 “무언가를 끝까지 지키려는 마음”입니다.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과 장미를 지키기 위해 길을 떠났다면, 『야간비행』 속 인물들은 자신의 일과 동료, 그리고 더 큰 목적을 위해 위험을 감수합니다.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생텍쥐페리가 인간에게 기대하는 어떤 품격이 두 작품 모두에 깔려 있는 느낌입니다.

오늘 우리가 하는 ‘야간비행’에 대하여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야간비행을 떠올리게 됩니다.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없어도, 모두가 잠든 시간에 야근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아무도 모르는 불안과 싸우며 시험 공부를 해 본 사람이라면, 혹은 책임을 지기 위해 스스로를 다잡아 본 적이 있다면 이 이야기가 전혀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책임을 말하는 것은 어쩌면 조금 촌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책임을 완전히 내려놓은 관계와 조직, 사회가 과연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을까요. 『야간비행』은 이 질문을 강요하지 않고, 그저 밤하늘을 나는 한 사람의 뒷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독자 스스로 각자의 답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이 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저는 이 책을 다음과 같은 분들께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 요즘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자주 의심하게 되는 사람
  • 『어린 왕자』 이후, 생텍쥐페리의 조금 더 어른스러운 얼굴을 보고 싶은 독자
  •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어 읽고 싶은 짧은 고전을 찾는 사람
  • 책 속에서 “책임”과 “용기”를 조용히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이들

분량은 길지 않지만, 분위기와 여운은 오래 남는 작품입니다. 스토리를 빠르게 소비하는 독서보다, 문장 사이사이에 스며 있는 공기와 정서를 느끼며 읽을 때 더 깊게 다가오는 책이기도 합니다.

마무리 – 각자의 밤하늘을 건너는 마음에게

『야간비행』은 거대한 영웅의 이야기라기보다, 평범한 한 사람이 자기 일을 지켜내려 애쓰는 이야기입니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하늘을 가로지르듯, 우리도 각자의 인생에서 보이지 않는 불안을 안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누군가의 야근, 누군가의 책임감, 누군가의 조용한 결심을 조금은 다르게 보게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 내 삶에도 긴 밤이 찾아올 때, 이 소설 속 인물들처럼 “그래도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을 끝까지 가 보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둠 속에서 날아오르는 모든 야간비행을 위해, 이 얇은 책이 작은 등불이 되어 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