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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왕 되기 프로젝트

다자이 오사무 『달려라 메로스』: 우정과 신뢰의 시험대

by 실리뽀 2025. 10. 16.

다자이 오사무 『달려라 메로스』 – 신뢰가 무너진 시대에 던지는 인간의 선언

우정과 신뢰의 상징으로 남은 불멸의 고전. 다자이 오사무의 『달려라 메로스』는 단순한 감동 서사를 넘어, 인간이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해 어떤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지를 묻는 작품입니다. 이 글은 메로스의 여정 속에서 ‘신뢰’라는 가치가 오늘날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출처: 민음사

고전이 던진 질문 – 인간은 여전히 믿을 수 있는 존재인가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의 나약함과 절망을 그려온 작가로 유명하지만, 『달려라 메로스』에서는 예외적으로 ‘신념’과 ‘희망’을 말합니다. 메로스가 달리는 이유는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믿음 그 자체입니다. 그 믿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그는 온몸으로 증명합니다. 하지만 그 믿음이야말로 오늘날 가장 보기 어려운 가치이기도 하죠.

줄거리 요약 – 목숨보다 무거운 약속

정의로운 청년 메로스는 폭군 디오니스를 처단하려다 붙잡히지만, 여동생의 결혼식을 위해 사흘간의 시간을 요청합니다. 친구 셀리누스를 인질로 남기고 떠난 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갖 시련 속에서도 달립니다. 그리고 해가 지기 직전, 피투성이가 된 채 성문 앞에 도착합니다. 그의 충직함은 폭군의 마음을 움직이고, 신뢰는 복수를 이깁니다. 이 단순한 이야기 속에는 인간이 지켜야 할 마지막 가치가 숨겨져 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역설 – 절망 속의 신념

『인간 실격』에서 “나는 인간이 될 수 없었다”고 절규하던 작가가, 『달려라 메로스』에서는 “인간은 믿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대조는 작가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싸워온 두 목소리의 충돌입니다. 절망과 신뢰, 냉소와 희망이 교차하는 그 지점에서, 다자이는 인간의 본질을 포착합니다. 즉, 그는 ‘신뢰란 절망을 견디는 행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신뢰의 현대적 의미 – 개인주의 시대의 메로스들

오늘날의 우리는 수많은 ‘디오니스’ 속에 살아갑니다. 불신이 일상이 되고, 관계는 쉽게 끊어지며, 신뢰는 거래처럼 계산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누군가는 누군가를 믿습니다. SNS 속 가벼운 연결 뒤에서조차, 우리는 믿음의 증거를 찾고 있죠. 『달려라 메로스』가 지금도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과거의 전설이 아니라 ‘현재형 신뢰의 선언문’이기 때문입니다.

다자이 오사무 문학의 확장 – 인간 구원의 서사

이 작품은 다자이 오사무 문학의 ‘어두운 세계관’ 속에서 유일하게 빛을 품은 이야기입니다. 그는 신뢰를 ‘구원’으로, 우정을 ‘인간의 가능성’으로 재정의했습니다. 메로스는 단순한 영웅이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연약하면서도 위대한 존재인지를 증명하는 상징입니다. 그래서 『달려라 메로스』는 작가 자신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희망의 문장처럼 읽힙니다.

결론 – 믿음의 마라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자이 오사무의 『달려라 메로스』는 고대의 전설을 빌려, 인간이 끝까지 지켜야 할 단 한 가지 가치를 말합니다. 그것은 신뢰입니다. 세상이 변해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건 결국 서로를 믿는 일입니다. 메로스의 달리기는 끝났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한 그 믿음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사람을 믿을 수 없다고? 아니다. 사람은 믿을 수 있다.” – 다자이 오사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