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모순』 – 불완전한 세상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법
완벽하지 않은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양귀자의 소설 『모순』은 그 질문에 가장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인 대답을 들려주는 작품이다. 사랑, 가족, 독립, 세대 갈등, 그리고 인간의 성장이라는 오래된 주제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1990년대를 지나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읽히는 한국 현대소설의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다.

1.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이유 – 『모순』의 현재성
『모순』은 1998년 출간된 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인생 소설”로 회자된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고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인공 안진진은 가족과 사랑, 일과 자립,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끝없이 흔들리며 성장해 나간다. 완벽한 정답을 찾는 대신, “모순투성이인 현실 속에서 어떻게 나만의 의미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배워가는 이야기다. 그래서 독자들은 책을 덮고 나서도 진진의 이름을 쉽게 잊지 못한다. 어느 순간, 그녀의 혼란과 선택이 곧 우리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2. 줄거리 한눈에 보기 – 스포일러 없이 분위기만
소설은 스무 살 여성 안진진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그는 평범한 듯하지만 어딘가 비껴나 있는 가족 안에서 자라며, 사랑과 결혼, 직업, 부모와의 관계를 두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진진은 현실적인 선택과 마음의 소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때로는 부모를 원망하고, 때로는 자신의 이기심을 마주하며 부끄러움을 느낀다. 소설은 거대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보다, 그런 일상의 감정 변화를 아주 촘촘한 문장으로 따라간다. 그래서 “줄거리 요약보다 직접 읽는 경험”이 훨씬 중요해지는 작품이다.
3. ‘모순’으로 비춰본 한국 사회의 초상
『모순』은 개인의 성장소설이면서 동시에 한 시대의 정서를 기록한 작품이다. 1990년대 한국 사회의 가족관, 여성의 자의식, 사랑의 형태가 진진의 일기처럼 잔잔하게 흘러간다.
3-1. 가족의 모순 – 따뜻함과 짐 사이
부모의 희생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러나 자녀 입장에서 그 희생은 때로 부담이 되고, “나도 저렇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압박이 되기도 한다. 진진은 어머니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해 반항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모순된 사랑 속에서 연민과 이해, 그리고 슬픔 섞인 존경을 동시에 배우게 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언제나 양면적이다. 위로이자 족쇄, 안식처이자 탈출하고 싶은 공간. 양귀자는 이 모순을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의 온도로 보여주며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용히 상기시킨다.
3-2. 여성의 자의식 – 기대와 현실의 틈에서
1990년대는 여성의 대학 진학·취업·독립이 점점 늘어나던 시기였지만, 여전히 “착한 딸, 성실한 아내, 희생적인 엄마”라는 틀은 견고했다. 진진은 그 틀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그 기준을 완전히 거부하지도 못한다.
이 복잡한 감정은 지금의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타인의 기대와 자기 삶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모순』은 그 줄타기의 흔들림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흔들린다고 해서 곧 실패는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3-3. 사랑의 현실 – 이상과 불완전함의 공존
사랑은 늘 조금 과장된 말들로 포장되지만, 실제 관계는 훨씬 복잡하고 어딘가 불완전하다. 진진이 겪는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사랑이 구원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처와 혼란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양귀자는 사랑을 “모든 걸 해결해주는 마법”으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사랑을 통해 자신의 결핍과 이기심, 또 타인의 상처를 알아차려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소설의 사랑은 달콤하기보다 현실적이고, 그렇기에 오히려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4. 문학 속 모순이 던지는 질문
작품 속에서 진진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세상에 모순되지 않은 것이 있을까?” 경쟁과 불안, 관계의 피로 속에서 우리는 완벽한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언제나 어딘가 기울어 있다.
『모순』의 뛰어난 점은, 그 불완전함을 “틀렸다”거나 “고쳐야 한다”고 단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모순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만들어가는 인간의 능력을 보여준다. 슬프고 화가 나면서도 끝내 누군가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마음,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작품은 조용한 감동을 준다.
5. ‘모순’을 견디는 힘이 곧 성숙이다
양귀자는 우리에게 “모순을 해결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모순을 견디는 힘이 곧 성숙”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진진은 삶의 모순을 한 번에 풀어내려 하지 않고, 그 안에 머물며 조금씩 배우고 받아들인다.
불완전한 관계, 불공평한 세상, 끝없이 반복되는 고민 속에서도 우리는 이전과 조금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모순』은 바로 그 변화를 포착한 소설이다. 고통을 통해 배우고, 상처를 통해 성장하는 인간의 모습을 지나치게 감상적이지도, 냉소적이지도 않은 균형 잡힌 시선으로 비춘다.
6.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가족 관계가 버겁지만, 완전히 미워하지도 못하는 사람
- 스스로 “잘 살고 있는지” 계속 의심하게 되는 20~30대 독자
- 한국 현대소설 입문작을 찾는 독자 – 너무 어렵지 않지만 깊이가 있는 책을 찾는 분
- 부모 세대와 자신의 삶을 비교하며 답답함을 느껴본 사람
『모순』은 화려한 서사 대신, 일상적인 대화와 사소한 갈등 속에 삶의 진실을 담아낸 소설이다. 읽는 내내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책을 덮고 나서는 왠지 모르게 마음 한쪽이 조금 단단해진 느낌을 받게 된다.
7. 『모순』을 읽어야 하는 이유 – 한 줄로 정리하면
- 인생의 모순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 가족과 사랑, 인간관계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성장과 성숙의 의미를 “성공”이 아닌 “이해와 공감”의 관점에서 다시 정의하게 된다.
- 1990년대 한국 사회의 정서를 담은 문학적 기록으로서, 지금의 나를 비춰보는 거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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