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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왕 되기 프로젝트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 진정한 사랑을 배우는 여정

by 실리뽀 2025. 10. 15.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 감정이 아닌 연습으로 배우는 진짜 사랑

아무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은 것, 사랑

우리는 어릴 때부터 공부하는 법, 돈 버는 법, 일 잘하는 법은 잔소리까지 들으며 배웁니다. 그런데 정작 인생을 가장 크게 흔드는 주제, 사랑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워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영화와 드라마, SNS 속 연애 콘텐츠가 우리의 ‘교과서’가 되어 버렸지요.

독일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고전 『사랑의 기술』에서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찌릅니다. 그는 말합니다. 사랑은 우연히 찾아오는 감정이 아니라, 연습하고 단련해야 하는 기술이라고.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랑 잘하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달콤한 비법이 아니라 “사랑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프롬의 솔직함이었습니다.

프롬의 관점: 사랑은 재능이 아니라 능력이다

프롬은 우리가 사랑을 오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사랑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나를 휩쓸고 가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감정의 불꽃이 사라지면 “사랑이 식었다”, “상대가 변했다”고 말하죠.

하지만 프롬에게 사랑은 감정 그 이상입니다. 사랑은 집중력, 인내, 책임감, 자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하나의 기술입니다. 음악가가 수년 동안 연습해야 멜로디를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듯, 좋은 목수가 되기 위해 도구를 다루는 법부터 배워야 하듯, 사랑도 연습과 성장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가 강조하는 포인트는 이 한 줄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줄 수 있는 능력이다.” 진짜 사랑은 “누가 나를 얼마나 챙겨주느냐”가 아니라 “나는 상대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묻는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다양한 사랑의 얼굴 – 연인만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다

『사랑의 기술』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프롬이 사랑을 연애 감정에만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는 인간이 경험하는 사랑을 여러 가지 형태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이를테면 모든 사람에 대한 연대와 공감의 마음으로서의 사랑, 아이를 있는 그대로 품어주는 돌봄의 사랑, 서로에게 깊이 끌리는 연인들의 열정적인 사랑, 자신을 존중하고 돌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 더 나은 존재를 향해 나아가려는 영적인 사랑 등.

프롬에게 중요한 것은 어느 하나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 다양한 사랑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족에게는 헌신적이지만 타인에게는 냉담하다면, 연인에게는 다정하지만 자기 자신은 끊임없이 깎아내린다면, 그 사랑은 어느 곳에서 이미 불균형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건강한 사랑은 결국 “관계 맺는 방식 전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죠.

왜 이렇게 사랑이 어려워졌을까 – 소비사회와 SNS가 만든 왜곡

『사랑의 기술』이 지금 읽어도 전혀 낡지 않은 이유는, 프롬의 비판이 놀라울 정도로 오늘의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1) 조건을 고르는 사랑 – “스펙”과 “가성비”의 논리

우리는 사람을 만날 때도 종종 머릿속으로 “조건표”를 펼쳐 듭니다. 학력, 직업, 연봉, 집, 외모, 취미, 라이프스타일… 마치 쇼핑하듯 “괜찮은 상품”을 고르는 태도에 익숙해져 있죠.

프롬은 이런 태도를 “소비자적 사랑”이라 비판합니다. 사랑이란 관계를 통해 서로를 성장시키는 힘인데, 우리는 그 관계를 “내 삶을 업그레이드해줄 패키지 상품”처럼 취급합니다. 그렇게 되면 상대는 더 이상 한 사람의 존재가 아니라, 비교와 평가의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2) 보여주기 위한 사랑 – 사진 속에는 웃는데 마음은 공허할 때

SNS가 일상이 된 지금, 사랑은 점점 더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기념일마다 올라오는 화려한 사진, 여행지에서의 커플샷, “우리 이렇게 잘 지내요”라는 메시지. 그런데 화면 밖 현실은 꼭 그렇게 반짝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프롬의 언어로 말하면, 우리는 “관계의 깊이”보다 “관계의 이미지”를 더 많이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관계의 실질보다 스토리에 올라갈 사진을 먼저 떠올리는 순간, 우리는 이미 사랑보다 관계의 포장에 더 신경 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3) 외로움을 피하기 위한 관계 – 의존과 사랑을 혼동할 때

프롬은 또 다른 문제로 ‘외로움’을 지적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견딜 수 없이 불편해서 누군가와 계속 연결되어 있어야만 안심이 되는 상태. 이런 상태에서 시작되는 관계는 사랑이라기보다 “도피처”에 가깝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건강한 사랑은 두 사람이 “합쳐져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온전한 채로 서로를 향해 손을 내미는 것이라고. 나 혼자 서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작된 관계는 상대가 조금만 달라져도 쉽게 무너지고 맙니다.

프롬이 말하는 사랑 연습 – 네 가지 기술로 풀어보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사랑을 “연습”할 수 있을까요? 프롬이 제시한 요소들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정리해보면, 다음 네 가지 훈련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이해하려는 노력 – 상대를 판단하기 전에, “왜 저럴까?”가 아니라 “무슨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를 먼저 떠올려 보는 것. 말투, 반응, 침묵 뒤에 있는 배경을 알고자 하는 태도가 관계의 깊이를 만듭니다.
  • 책임감 –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힘. 상대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말과 행동을 가볍게 던지지 않는 태도입니다.
  • 존중 –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내 기준에 맞추려 들지 않는 것. “내가 생각하는 행복”을 강요하는 대신, 상대가 원하는 삶을 응원하는 자세입니다. 사랑 안에서의 자유를 인정하는 능력이지요.
  • 지식 – 사랑을 감정으로만 보지 않고, 인간의 심리와 상처, 성장에 대해 배우려는 태도.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는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인가?”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이 네 가지는 거창한 수행이 아닙니다. 다만 매일의 작은 선택 속에서 “이 관계를 조금 더 깊고 진실되게 만들기 위해 나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를 스스로에게 묻는 습관입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 – 이기심과 자기애의 차이

『사랑의 기술』에서 많은 독자가 가장 인상 깊게 느끼는 부분 중 하나는 “자기애”에 대한 프롬의 해석입니다. 우리는 흔히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이기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인 태도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프롬은 말합니다. 자기 자신을 전혀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도 건강하게 사랑할 수 없다고. 나를 극단적으로 희생시키면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은 처음에는 헌신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원망과 피로, 관계의 파탄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가 말하는 자기애는 “나만 중요하다”가 아닙니다. “나도 중요하다”에 가깝습니다.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스스로를 돌볼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의 욕구와 감정도 진심으로 존중할 수 있다는 것이죠.

『사랑의 기술』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이 책은 연애 기술을 알려주는 친절한 매뉴얼이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은 정말 사랑을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조금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책에 가깝습니다.

사랑이 잘 안 풀릴 때 우리는 흔히 “상대가 문제야”, “운이 없었어”라는 말로 정리하고 싶어 합니다. 물론 관계는 둘이 만드는 것이니, 언제나 한 쪽의 책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프롬의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나는 얼마나 사랑을 연습해 왔을까?”
“관계를 소비하듯 대하지는 않았을까?”
“상대를 진짜 한 사람으로 존중했을까?”

이 책이 특히 도움이 될 사람들

  • 연애와 결혼을 해봤지만, 여전히 “사랑이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
  • 자꾸 비슷한 패턴으로 관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반복하는 사람
  •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정작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
  • 심리학·인문학을 좋아하고, 사랑을 더 깊이 이해해보고 싶은 독자

『사랑의 기술』은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다소 철학적이고, 때로는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을 들이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사랑은 그냥 되는 게 아니구나. 나도 좀 더 잘 사랑하는 법을 연습해보고 싶다.” 는 생각이 조용히 마음에 남습니다.

마무리 – 사랑은 운명이 아니라, 선택과 연습의 다른 이름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에 지치고, 관계에 서툰 우리에게 유효한 책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사랑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라고. 언젠가 나를 완벽하게 이해해 줄 ‘운명의 사람’을 찾아 헤매기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과 더 진실하게 마주 서는 법을 연습하는 것.

결국 사랑을 배운다는 것은, 나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익히고,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선택하는 법을 익히는 일입니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한 권의 고전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나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랑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조용히 서 보는 경험이기도 합니다.

지금 당신이 배우고 있는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요?
『사랑의 기술』을 펼쳐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 답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