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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왕 되기 프로젝트

임솔아 『최선의 삶』 : 아이유가 추천한 성장소설

by 실리뽀 2025. 10. 15.

임솔아 『최선의 삶』 리뷰 – 무너지는 와중에도 살아야 했던 우리들의 성장기

서론: 아이유가 추천한 성장소설, 왜 이렇게 오래 남을까

“성장은 언제나 아름다운가?” 임솔아의 소설 『최선의 삶』은 이 질문에 정면으로 “아니다”라고 답하는 작품입니다. 가수 아이유가 추천한 책으로 알려지면서 더 많은 독자에게 알려졌지만, 이 소설이 주는 인상은 유명인의 추천 문구보다 훨씬 더 거칠고, 더 날 것입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성장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불편해집니다. 우리가 그동안 너무 쉽게 말해왔던 “성장”, “자기 계발”, “더 나은 삶” 같은 말들이 실제로는 누군가의 눈물과 상처를 밟고 지나간 게 아닐까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 『최선의 삶』은 그런 종류의 현실 성장소설입니다.

1. 세 소녀의 가출, 자유가 아닌 생존의 시작

이야기는 주인공 강이와 친구 아람, 소영이 집을 뛰쳐나오는 순간부터 시작합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가출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각자 집에서 도망치고 싶을 만큼 답답한 현실이 있습니다. 어른에게 기대기 어려운 가정, 숨이 막히는 학교, “여기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막막함.

세 소녀는 도시의 한 구석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돈, 잠자리, 밥 한 끼가 모두 협상이 되고, 거래가 되고, 때로는 폭력의 이유가 됩니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의지하던 관계가, 점점 생존의 무게 앞에서 균열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더 많이 상처를 받고,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더 잔인해집니다.

이 소설은 그 과정을 장면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차갑고 건조한 문장으로, 소녀들이 밀려가는 방향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그 건조함이야말로 현실감의 근원입니다. 독자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라는 물음을 품지만, 동시에 “이 상황에서 나는 달랐을까?”를 떠올리게 됩니다.

2. 성장하지 않는 성장소설이 건네는 진짜 말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성장소설의 틀은 이렇습니다. 주인공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상처를 겪고, 결국엔 깨닫고 성숙해지는 이야기.

『최선의 삶』은 이 공식을 거의 따르지 않습니다. 강이는 크게 변화하지 않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더 강해지기보다는, 더 외로워지고 더 뾰족해집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깔끔하게 봉합되지 않습니다. 누군가 손을 잡아 구원해주는 장면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불편합니다. “그래도 결말에선 조금 나아지는 거 아니야?”라는 기대를 끝까지 허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불편함이야말로 현실에 더 가까운 성장의 얼굴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우리의 성장에는 완전한 해피엔딩이 거의 없으니까요.

임솔아는 말합니다. 무너지는 것도, 어리석은 선택을 반복하는 것도, 내 안의 추한 면을 마주하는 것도 모두 성장의 일부일 수 있다고. 이 작품은 “성장 = 좋아지는 것”이라는 일방적인 등식을 깨고, “버텨낸 시간 자체가 성장”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3. 강이와 친구들은 왜 이렇게까지 망가져야 했을까

『최선의 삶』을 읽다 보면 세 소녀가 선택한 방식에 쉽게 “옳다/그르다”의 잣대를 들이대기 어렵습니다. 분명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행동도 많지만, 그 행동 뒤에는 구조적인 결핍과 폭력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의 가출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살기 위한 탈출”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벗어나려던 바깥세상은 더 안전하지 않습니다. 보호막 없이 던져진 청소년이 견뎌야 하는 시선, 이용과 착취, 그리고 어른들의 무관심. 결국 강이와 친구들은 폭력적인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 안의 또 다른 폭력을 끌어올리게 됩니다.

임솔아는 한 명의 “문제아”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대신 “이 사회가 만들어 낸 아이들”을 보여줍니다. 가정폭력, 학교폭력, 빈곤, 단절된 안전망이 어떻게 한 사람의 성격과 선택을 비틀어 놓는지, 그 과정이 과장 없이 드러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청소년 소설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를 향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강이들을 보지 못한 채 지나치고 있는가?” 독자는 소설을 읽는 동안 여러 번 이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4. “더 나아지기 위해 우리는 기꺼이 더 나빠졌다”는 문장이 남기는 것

이 책을 읽은 아이유는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하며 한 문장을 꼽았습니다.

“더 나아지기 위해 우리는 기꺼이 더 나빠졌다.”

이 문장은 단순한 “명대사”를 넘어, 『최선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문장입니다. 강이와 친구들은 지금보다 나은 삶을 꿈꿉니다. 그런데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너무 적습니다. 더 나아지기 위한 선택이, 동시에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경험은 청소년에게만 있는 건 아닙니다. 어른이 된 뒤에도 우리는 가끔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더 나쁜 선택을 해야 했던 순간”을 떠올립니다. 누군가를 밀어내야 했던 자리, 내 몫을 지키기 위해 눈감았던 장면들. 이 문장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 각자의 기억 속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설은 그 기억을 억지로 미화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그때의 너도,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5. 독자로서 얻는 통찰 – ‘완벽한 어른’이 되지 못한 우리에게

『최선의 삶』은 청소년기의 이야기이지만, 읽다 보면 이상하게도 어른인 나 자신이 계속 떠오릅니다. 이미 10대를 지나온 사람에게도 이 소설은 “내가 지나온 시절”을 다시 불러냅니다.

누구나 마음속 어딘가에 “그때의 나”를 부끄러워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더 당당하지 못했던 순간, 더 용감하지 못했던 선택, 누군가를 지켜주지 못했던 기억들. 『최선의 삶』은 그 기억을 다시 꺼내 보여주지만, 단죄하기보다 이해의 방향으로 이끕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고 나면, 타인에 대한 시선도 조금 달라집니다. 뉴스를 통해 스쳐 지나가는 “문제 청소년”이 더 이상 한 줄의 기사로만 보이지 않게 되는 것. 어떤 선택 뒤에는, 각자의 절박한 ‘최선’이 있었음을 상상하게 되니까요.

6. 다른 성장소설과 비교해 본 『최선의 삶』의 위치

최근 한국 문학에는 다양한 성장소설이 등장했습니다. 손원평의 『아몬드』가 감정의 결핍을 가진 소년을 통해 공감의 의미를 묻고, 김초엽·정세랑 등의 소설이 따뜻한 연대를 강조하는 쪽으로 나아갔다면, 『최선의 삶』은 훨씬 더 거칠고 직선적입니다.

이 작품에는 “어른의 다정한 시선”이 거의 개입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인물을 구원하거나 변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독자가 직접 판단하고, 불편함을 견디도록 내버려 둡니다. 바로 그 점이 이 소설의 강점이자, 읽기 힘든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만약 “위로가 되는 성장담”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은 꽤 벅찰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장 서사의 다른 얼굴, “무너지면서 겨우 버티는 삶”의 서사를 보고 싶다면, 『최선의 삶』은 매우 드문 선택지가 됩니다.

7.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현실적인 한국 성장소설, 청소년 서사를 찾고 있는 독자
  • 아이유 추천 도서를 하나씩 읽어 보고 싶은 팬
  • 가정·학교·사회 구조가 청소년에게 남기는 상처를 문학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
  • 깔끔한 위로보다, 불편함을 통해 스스로 생각해 보고 싶은 독자

마무리 – 무너지는 와중에도 각자의 ‘최선’으로 살아온 우리에게

『최선의 삶』은 희망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대신 삶의 온도를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땀과 피와 욕설과 침묵이 섞인,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성장의 얼굴을 비춥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동안 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조금은 다르게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게 됩니다. 완벽하지 않은 선택들 속에서도, 그때의 우리는 나름대로 “최선의 삶”을 찾고 있었다는 생각.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모든 강이들에게, 그리고 어쩌면 아직 성장 중인 우리 모두에게, 이 소설은 말없이 이렇게 건네는 것 같습니다. “무너지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니라, 무너진 채로도 어떻게든 살아낸 우리가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