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55

알랭 드 보통 『불안』 –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로 사는 연습 알랭 드 보통 『불안』 –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로 사는 연습 서론: 이유 없이 가라앉는 날, 꺼내 들게 되는 책 별일 없는 하루인데도 마음이 자꾸 가라앉을 때가 있습니다. 일을 그럭저럭 해냈고, 주변 사람들과 큰 갈등도 없는데, 잠깐 멍하니 앉아 있다 보면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스며듭니다. 뭔가 더 잘해야 할 것 같고, 뒤처지는 것 같고, 설명하기 힘든 초조함이 가슴 근처를 맴돌죠. 알랭 드 보통의 책 『불안』은 바로 그 막연한 마음을 정면에서 응시하는 책입니다. 이 책이 말하는 ‘불안’은 병원 진단명으로서의 불안장애가 아니라, “남들처럼 성공해야 할 것 같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고, 인정받고 싶은데 늘 부족한 것 같은 .. 2025. 11. 14.
에쿠니 가오리 『낙하하는 저녁』 – 이해되지 않는 마음과 함께 사는 법 에쿠니 가오리 『낙하하는 저녁』 – 이해되지 않는 마음과 함께 사는 법 어떤 감정은 끝까지 말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가까운 것 같다가도 갑자기 멀어지는 마음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낙하하는 저녁』은 바로 그런 이상하고도 진짜인 감정들을 조용히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1. 에쿠니 가오리,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작가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에쿠니 가오리는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순간 속에서 미세하게 진동하는 감정을 포착해 내는 데 탁월한 작가입니다. 화려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 대신, 일상 대화의 어색한 침묵, 한숨.. 2025. 11. 13.
파우스트 – 인간의 욕망과 지식의 경계 괴테 『파우스트』 리뷰 – 욕망과 불안, 그리고 인간을 붙잡는 빛 서론: 왜 지금 다시 『파우스트』인가 『파우스트』라는 제목은 고전 문학을 조금만 접해 본 사람이라면 거의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책을 읽기 위해 책장을 펼친 순간, 저는 이 작품을 단순히 “악마와 계약한 학자 이야기”라고 기억하고 있던 과거의 저를 부끄러워하게 되었습니다. 성인이 된 뒤 다시 마주한 『파우스트』는 더 이상 신비로운 전설이 아니라, 불안과 기대, 좌절과 가능성 사이에서 흔들리는 현대인의 초상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내가 가진 능력과 현실의 간극에서 오는 피로감,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 그리고 가끔은 그 바람이 나를 옭아매는 순간들.. 2025. 10. 22.
최은영 『밝은 밤』 : 조용한 용기 최은영 『밝은 밤』 리뷰 – 기억이 우리를 구하는 방식에 대하여 서론: 한밤중에 다시 펼치게 된 한 권의 책 어느 날 밤, 문득 마음을 붙잡아줄 문장이 필요했습니다. 소리가 너무 크게 울리는 하루가 끝난 뒤, 조용한 문장이란 때로는 사람을 살려내는 힘이 있죠. 책장 사이에서 오랜만에 꺼내 든 책이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이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그 고요한 문장 사이에 숨어 있던 세대의 기억과 여성들의 숨결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최은영의 문장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공감할 겁니다. 그녀의 작품은 화려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으로 독자를 끌어당기지 않습니다. 대신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나를 데려다주는, “말하지.. 2025. 10. 22.
정혜신 『당신이 옳다』로 배우는 공감의 언어, 관계를 지키는 마음의 기술 정혜신 『당신이 옳다』 리뷰 – 감정을 지키는 어른의 공감 말하기 서론: 어른이 된 뒤에 더 어려워진 말하기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말도 어른스러워질 줄 알았습니다. 더 다정해지고, 더 침착해지고, 싸움도 줄어들 거라고 막연히 기대했죠. 그런데 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감정은 여전히 서툴고, 대화는 자주 엇갈리고, “그때 왜 그렇게 말했을까”라는 후회는 나이를 먹어도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에서 제가 던진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걸렸습니다. 상대를 위로한다는 마음으로 말했는데, 돌아온 반응은 차가운 침묵이었거든요. “내가 뭘 잘못했지?”라는 의문이 계속 따라다니던 시기에 만난 책이 바로 정혜신 박사의.. 2025. 10. 21.
스콧 하클리 『인문학 이펙트』 : 경영학 전공자를 위한 추천도서 스콧 하틀리 『인문학 이펙트』 리뷰 – 기술 시대, 왜 다시 사람을 말하는가 서론: 기술이 모든 걸 해결해 줄 줄 알았던 시절 어느 순간부터 “미래 = 기술”이라는 공식이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살아남을 것 같고, 데이터 분석을 못하면 뒤처질 것 같고, 인문학이나 철학은 ‘여유 있을 때나 읽는 책’처럼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한때는 그렇게 믿었습니다. 더 많은 기술을 알고, 더 빠르게 도구를 다루는 사람이 곧 경쟁력 있는 사람이라고요.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은 생각보다 기술만으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의실 안에서 갈등이 생기는 이유, 고객이 서비스에서 이탈하는 이유, 숫자상으.. 2025. 10. 21.